개발을 맡긴 뒤 몇 주가 지나서야 눈치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출물 파일의 작성자 이름이 계약한 회사가 아니고, 주간 회의에 들어오는 개발자의 이메일 도메인이 다릅니다. 물어보면 협력사 인력이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이때 발주자가 먼저 확인할 것은 화를 낼 명분이 아니라 근거입니다. 하도급을 막을 근거가 법에 있는지, 우리가 서명한 계약서에만 있는지에 따라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공공 발주라면 법이 비율부터 막아 줍니다

공공 발주에는 법이 직접 개입합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51조 제1항은 국가기관등과 소프트웨어사업 계약을 체결한 사업자가 물품 구매금액을 제외한 사업금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하도급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현재 시행 중인 조문은 2025년 4월 23일 시행된 법률 제20476호입니다.

예외는 제2항에 있습니다. 물품의 설치 및 유지·관리나 대통령령으로 정한 신기술·전문기술이 필요한 사업 금액이 그 비율을 넘으면, 사업 전부를 하도급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됩니다. 비율은 풀릴 수 있어도 전부 넘기기는 막혀 있습니다.

공공 발주는 하도급과 재하도급 모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제5항은 하도급이나 재하도급을 하려는 사업자가 미리 국가기관등의 장의 승인을 받도록 합니다. 사후 통보가 아니라 사전 승인입니다. 승인 방법과 절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제8항).

재하도급은 더 좁습니다. 제3항은 하도급받은 사업자가 다시 하도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대통령령이 정한 예외만 허용합니다. 제4항은 그렇게 재하도급받은 사업자가 또 넘기는 것을 아예 금지합니다.

발주기관도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제7항은 국가기관등의 장이 하도급 제한 준수 여부를 계속 관리·감독하고, 위반한 사업자에게 시정을 요구하도록 의무를 지웁니다.

민간 발주에는 이 조항이 통째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공공 이야기입니다. 제51조의 주체는 국가기관등과 소프트웨어사업 계약을 체결한 소프트웨어사업자입니다.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발주한 개발은 이 조문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민간 발주에는 50% 상한도, 사전 승인 의무도, 재하도급 금지도 법으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외주사가 작업 대부분을 다른 업체에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소프트웨어 진흥법 위반이 되지는 않습니다.

민법은 하도급을 막기보다 허용하는 쪽입니다

민법 쪽은 발주자에게 더 불리합니다. 특약이 있거나 일의 성질상 수급인이 직접 해야 하는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이 반드시 직접 일을 완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가 쓰입니다. 이행보조자나 이행대행자를 써도 계약대로 이행하면 불이행이 아니라고 봅니다.

대법원 2019년 12월 27일 선고 2015도10570 판결은 이런 전제에서 내려진 하급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계약서에 아무 말이 없으면, 몰래 넘겼다는 사실 자체를 위반으로 몰기가 어렵습니다.

민간 발주에서 하도급 금지는 기본값이 아닙니다. 계약서에 써 넣은 만큼만 금지됩니다.

건설과 비교하면 소프트웨어의 공백이 드러납니다

건설은 사정이 다릅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은 도급받은 공사의 전부나 대통령령으로 정한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하지 못하게 합니다. 발주자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적용되는 금지입니다.

같은 조 제2항은 전문공사를 하도급할 때 발주자의 서면 승낙을 요건으로 둡니다. 소프트웨어 민간 발주에는 이에 대응하는 조문이 없습니다. 같은 외주라는 말을 쓰지만 법이 지켜 주는 범위가 다릅니다.

하도급법은 발주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닙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삼으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 제1조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적고 있습니다. 보호 대상은 하도급을 받은 쪽입니다.

실무에서 이 차이는 큽니다. 외주사가 협력사에 대금을 늦게 주면 그 협력사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발주자가 우리 허락 없이 넘겼다는 이유로 이 법을 들 자리는 없습니다.

개인정보 처리가 걸려 있으면 법이 하나는 쥐어 줍니다

법에서 건질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6조 제6항은 수탁자가 위탁받은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제3자에게 다시 위탁하려면 위탁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합니다. 2023년 3월 14일 신설된 조항입니다.

같은 조 제1항은 위탁 자체를 문서로 하도록 요구합니다. 운영 중인 서비스의 고객 데이터를 외주사가 직접 다루는 구조라면, 이 조항은 민간 계약에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다만 개인정보 처리 업무를 위탁한 경우에만 적용되어, 데이터가 없는 신규 개발에는 들이대기 어렵습니다.

민간 계약서에는 네 조항을 한 묶음으로 넣으세요

민간 발주에서 근거는 계약서뿐이므로, 다음 네 가지를 함께 넣어야 합니다. 하나만 빠져도 나머지가 헐거워집니다.

  • 하도급 사전 서면 승인: 착수 전에 하수급인의 상호, 사업자등록번호, 담당 범위, 금액을 서면으로 받고 승인합니다.
  • 재하도급 금지: 승인받은 하수급인이 그 일을 또 다른 업체에 넘기는 것을 예외 없이 금지합니다.
  • 투입 인력 명단: PM과 핵심 개발자를 이름과 소속 회사까지 적고, 교체는 사전 통지와 경력 증빙을 조건으로 합니다.
  • 위반 시 해지: 무승인 하도급이 확인되면 해지할 수 있게 하고, 기성금 정산 기준과 위약벌, 소스코드 인도 의무를 함께 적습니다.

승인 조항만 있고 명단이 없으면 분쟁 때 증명이 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명단만 있으면 협력사 소속인 줄 몰랐다는 말로 빠져나갑니다. 네 조항이 함께 있어야 사슬이 됩니다.

이렇게 쓴 조항은 실제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전면 금지는 권하지 않습니다. 디자인, 퍼블리싱, 앱 스토어 심사 대응, 인프라 구축은 작은 개발사가 외부 협력으로 처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전부 금지하면 단가가 올라가거나, 알리지 않고 넘기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해지 조항만 세게 쓰는 것도 실패합니다. 오픈 2주 전에 무승인 하도급을 알게 되면 해지는 발주자 손해가 더 큽니다. 인력 교체 요구권과 대금 일부 유보처럼 해지보다 약한 수단을 단계로 두세요.

허용 범위는 숫자로 적는 편이 낫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금액의 30%까지는 승인 절차만 거쳐 허용하고, 그 이상은 공동수급이나 발주자 직접 계약으로 바꾸는 식입니다.

조문 원문은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51조에서 항별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에 참고할 다른 글은 실무 가이드에 모아 두었고, 외주 계약서 검토가 필요하면 Codeforest로 문의하세요.

결론: 공공은 법이 막고 민간은 계약서가 막습니다

질문에 답하면 이렇습니다. 공공 발주는 법이 막아 줍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51조가 50% 상한과 사전 승인, 재하도급 금지를 직접 규정하고 발주기관에 관리·감독과 시정 요구 의무까지 지웁니다.

민간 발주는 계약서가 유일한 근거입니다. 민법은 특약이 없으면 하도급을 허용하는 쪽이고, 하도급법은 발주자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서명 전에 사전 승인, 재하도급 금지, 투입 인력 명단, 위반 시 해지 네 조항을 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