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구축을 마치면 포트폴리오 페이지에 한 줄 올리고 싶어집니다. 고객사 로고를 늘어놓은 '함께한 기업' 영역은 신규 문의를 끌어오는 가장 값싼 장치입니다. 견적 단계에서 잠재 고객이 가장 먼저 열어보는 화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로고를 올릴 권한이 어디서 나오는지 따져본 회사는 드뭅니다. 계약서에는 비밀유지 조항이 있고 로고에는 상표권과 저작권이 붙어 있습니다. 문제는 보통 계약이 끝난 뒤, 고객사 법무 담당자가 우리 홈페이지를 열었을 때 터집니다.
실적 공개는 한 갈래가 아니라 세 갈래로 갈라서 판정하세요
질문 하나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셋으로 쪼개야 합니다. 계약서 비밀유지 조항이 고객사 이름 자체를 덮는지, 로고 이미지 게재가 상표권과 저작권을 건드리는지, 계약서가 홍보에 사전 서면 동의를 요구하는지입니다.
세 갈래는 서로 독립이어서 하나만 걸려도 게재는 멈춥니다. 판정은 세 번째부터 하세요. 사전 서면 동의 조항이 있으면 앞의 두 논쟁은 아예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첫 번째 갈래, 비밀유지 조항이 고객사 이름까지 덮는지 보세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정보로 정의합니다. 이미 공개 운영 중인 홈페이지 주소는 이 정의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문제는 계약서가 법보다 넓게 쓴다는 점입니다. "본 계약의 체결 사실 및 내용"을 비밀정보에 포함시킨 문구가 흔합니다. 이 문구가 있으면 로고를 떼고 상호만 적어도 계약 위반입니다. 법정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따지는 일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비밀유지 조항이 '계약의 체결 사실'을 비밀정보로 정의했다면, 상표 논의는 시작할 필요도 없습니다.
두 번째 갈래, 로고는 상표권보다 저작권에서 먼저 걸립니다
상표권 침해는 출처 표시로서의 사용을 요구합니다. 대법원은 2004년 10월 15일 선고 2004도5034 판결에서, 상품 출처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어서 상표의 사용으로 인식될 수 없는 경우에는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구축 실적을 적는 것은 사실 서술이라 상표적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저희 판단입니다.
대신 로고 파일을 그대로 올리는 행위는 복제와 공중송신에 해당합니다. 도형이 들어간 로고는 미술저작물로 보호받을 여지가 큽니다. 현행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은 이 방법의 저작재산권 침해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28조의 인용 규정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만 열거합니다. 자사 홍보는 그 목적에 없어 인용으로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1호는 '자기의' 성명과 상호를 쓰는 경우여서 고객사 로고 사용의 근거가 아닙니다.
로고를 나란히 늘어놓으면 혼동 문제가 따로 생깁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 표지를 써서 그 영업상의 시설이나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요건이 둘입니다. 널리 인식됐는지, 그리고 혼동을 일으키는지입니다.
중소 고객사는 첫 요건에서 대개 빠집니다. 반대로 알려진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로고를 파트너사 영역처럼 크게 배치하면 제휴 관계 오인 소지가 생깁니다. 같은 법 제18조 제4항은 이 위반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합니다.
성과 도용을 규정한 같은 호 파목은 제18조 제4항의 처벌 대상에서 빠져 민사 문제로 남습니다. 반면 상표법 제230조의 침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세 번째 갈래, 사전 서면 동의 조항이 있으면 판정은 여기서 끝납니다
"공급자는 발주자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본 계약의 내용과 결과물을 홍보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있으면 앞의 두 갈래는 볼 필요가 없습니다. 동의가 없으면 그 자체로 계약 위반입니다.
구두 승낙과 담당자의 메신저 답변은 '서면'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메일 회신은 서면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조항이 서면의 방식을 따로 정해뒀는지 확인하세요. 회신한 사람에게 승인 권한이 있는지도 같이 봐야 합니다.
공개 수준을 다섯 단계로 쪼개면 협의가 쉬워집니다
"올려도 되나요"로 물으면 거절이 기본값입니다. 단계로 쪼개서 어디까지 되는지 물으면 답이 달라집니다. 1단계는 업종과 규모만 적는 익명 사례, 2단계는 상호 텍스트, 3단계는 로고 이미지, 4단계는 화면 캡처, 5단계는 성과 수치와 담당자 인터뷰입니다.
저작권 문제는 3단계부터, 광고 규제는 5단계부터 붙습니다. 1단계가 항상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참여 기업이 몇 곳뿐인 좁은 시장에서는 '수도권 제조업 200명 규모'만으로도 특정됩니다. 그런 시장이면 1단계도 비밀유지 조항 위반입니다.
성과 수치를 붙이는 순간 광고 규제가 따라붙습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거짓·과장, 기만, 부당한 비교, 비방의 네 유형을 금지합니다. 같은 법 시행령 제3조는 거짓·과장을 사실과 다르게 또는 지나치게 부풀려 표시·광고하는 것으로, 기만을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근거 자료 없이 "매출 300% 상승"을 적으면 거짓·과장에 걸립니다. 재하도급으로 화면 일부만 맡았는데 전체 구축으로 적으면 기만 쪽입니다. 고객사 동의를 받아도 이 규제는 따로 남습니다. 수치를 쓸 거면 측정 기간과 산출 근거를 같은 화면에 적으세요.
앞으로 계약서에 넣을 사례 공개 조항은 이렇게 씁니다
계약서가 침묵하면 분쟁에서 불리한 쪽은 공개한 쪽입니다. 금지 문구를 지워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허용 범위를 적어 넣으세요. 네 개 항으로 끝납니다.
- 게재 범위: "공급자는 본 계약의 이행 실적을 자사 홈페이지와 제안 자료에 게재할 수 있다. 게재 범위는 발주자의 상호, 로고, 대표 화면 3매 이내, 구축 기간으로 한정한다."
- 로고 사용: "발주자는 전항의 게재 목적에 한정하여 자사 로고의 사용을 무상으로 허락하고, 공급자는 발주자가 제공한 로고 파일과 사용 규정을 따른다."
- 비밀유지와의 관계: "제○조의 비밀유지 의무는 전 2항에 따른 게재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 철회: "발주자는 30일 전 서면 통지로 게재 동의를 철회할 수 있고, 공급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14일 내에 해당 게재물을 삭제한다."
숫자를 못 박는 것이 핵심입니다. '적절한 범위'라고 쓰면 나중에 같은 싸움을 다시 합니다. 세 번째 항을 빠뜨리면 비밀유지 조항과 충돌해 조항을 넣은 의미가 사라집니다.
상대가 끝까지 거부하면 순서대로 물러나세요. 로고를 빼고 상호만, 그다음 상호를 빼고 업종과 규모만, 그다음 공개 시점을 검수 완료 6개월 후로, 마지막은 홈페이지에서 빼고 비공개 제안 자료에만 쓰는 것입니다.
이미 올려둔 사례는 이 순서로 점검하고 고치세요
순서를 바꾸면 사고가 납니다. 아래 다섯 단계를 그대로 따르세요.
- 사례 페이지에 올라간 고객사를 전부 뽑아 계약서 원문과 짝을 맞춥니다.
- 각 계약서에서 비밀유지 조항, 홍보·실적 조항, 저작권 귀속 조항 세 곳만 발췌합니다.
- 사전 서면 동의를 요구하는 계약은 먼저 비공개로 내립니다.
- 조항이 침묵하는 계약은 로고 이미지를 떼고 상호 텍스트만 남깁니다.
- 새로 동의를 받은 건은 회신 메일 원문과 날짜를 사례별로 보관합니다.
내린 다음에 물어보세요. 올려둔 채로 묻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사후 추궁을 자청하는 일입니다.
이럴 때는 사례 공개를 접는 편이 낫습니다
공공기관 발주, 금융과 의료, 대기업 SI 재하도급 건은 계약서에 사전 서면 동의 조항이 들어 있을 확률이 높고 승인 절차가 깁니다. 승인 한 건에 담당자 여러 명을 거치는 동안 드는 시간이 사례 한 건의 홍보 효과보다 큽니다.
계약서를 못 찾는 건도 포기 대상입니다.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게재는 분쟁에서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계약 문서를 정리하는 절차는 실무 가이드와 운영 노트에서 이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인용한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고, 계약서 검토가 필요하면 Codeforest로 문의하세요.
결론: 계약서 문구를 먼저 읽고 로고는 마지막에 올리세요
사전 서면 동의 조항이 있으면 판정은 그 줄에서 끝납니다. 비밀유지 조항이 계약 체결 사실까지 덮으면 상호 한 줄도 못 씁니다. 두 조항이 모두 없다면 상호 텍스트 게재는 대체로 가능하지만, 로고 이미지에는 저작권 문제가 그대로 남습니다.
지금 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올려둔 사례는 계약서와 짝을 맞춰 점검하고 위험한 건부터 내리세요. 다음 계약서에는 게재 범위와 철회 절차를 숫자로 적은 사례 공개 조항을 넣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