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박스가 창고 한 칸을 다 차지하면 스캔 업체 견적부터 받게 됩니다. 장당 단가와 총액은 하루면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결정이 막히는 곳은 비용이 아닙니다. 스캔을 끝낸 뒤 종이를 버려도 되는지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담당자 의견은 보통 두 갈래로 갈립니다. 전자문서법이 개정됐으니 다 버려도 된다는 쪽과, 세무조사가 걱정되니 종이도 그대로 두자는 쪽입니다. 둘 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문서 종류와 보관 장소에 따라 답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스캔본이 원본을 대신하는 근거는 전자문서법 제5조 제2항입니다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5조 제2항은 종이문서를 '전자화대상문서', 이를 스캔한 파일을 '전자화문서'라고 부릅니다. 전자화문서가 두 요건을 모두 갖추면 관계 법령이 정하는 문서 보관을 갈음할 수 있습니다.

요건은 제4조의2에 따라 서면으로 보는 전자문서일 것, 그리고 전자화대상문서와 내용 및 형태가 동일할 것입니다. 동일성 판단과 작성 절차는 과기정통부 고시 「전자화문서의 작성 절차 및 방법에 관한 규정」에 위임돼 있고, 현재 고시는 제2021-64호로 2021년 8월 27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보관을 갈음하는 것과 종이를 버리는 것은 다른 조문입니다

제5조는 스캔본을 보관하면 보관 의무를 채운 것으로 본다는 조문입니다. 종이를 버려도 된다고 정면으로 말하는 조문은 제31조의6이고, 2020년 12월 10일 시행된 개정법에서 들어왔습니다.

제31조의6은 공인전자문서센터가 전자문서를 보관하면 제5조에 따른 보관으로 보고, 전자화문서를 보관하는 경우 전자화대상문서는 폐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보관 주체는 회사가 아니라 센터입니다.

폐기를 정면으로 허용하는 문장은 공인전자문서센터를 전제로 합니다. 사내 서버에 넣은 스캔본에는 같은 문장이 없습니다.

사내 서버에만 둔 스캔본은 세법 앞에서 원본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국세기본법 제85조의3 제4항은 조건을 분명히 적어 두었습니다. 전자화문서로 변환해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한 경우에만 장부와 증거서류를 갖춘 것으로 봅니다. 자체 서버나 사내 문서관리시스템은 이 문장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국세청 해석도 같습니다. 서면-2018-법인-1312(2018년 5월 31일)은 종이로 받은 증빙을 스캐너로 정보보존장치에 보존하는 경우 원본 증빙서류를 반드시 같이 보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전자세금계산서처럼 처음부터 전산으로 만든 자료는 그 파일 자체가 원본이라 이 문제와 무관합니다.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넣어도 버릴 수 없는 문서가 있습니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5조의7 제3항은 센터 보관과 무관하게 원본을 보존해야 하는 문서를 열거합니다. 계약서라고 다 같은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상법 시행령」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원본을 보존해야 하는 문서
  • 등기·등록 또는 명의개서가 필요한 자산의 취득·양도와 관련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한 계약서
  • 소송과 관련해 제출·접수한 서류와 판결문 사본
  • 인가·허가와 관련해 제출·접수한 서류와 인허가증

뒤 두 항목은 재발급이 가능한 서류를 뺍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주식 양수도계약서는 두 번째 항목에 정면으로 걸립니다. 상법 시행령도 기명날인이나 서명을 해야 하는 장부와 서류는 그 원본을 보존하라고 정합니다.

원본 상태가 나쁘면 폐기가 막힙니다

제31조의6은 폐기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를 두 가지 적었습니다. 전자화대상문서가 구겨지거나 노후화되어 전자화문서의 가독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 그리고 제5조 제2항 단서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실무에서는 오래된 감열지 팩스와 얇은 카본 복사지가 여기 걸립니다. 스캔 작업을 맡기기 전에 상태가 나쁜 문서를 먼저 골라내세요. 전부 스캔해 놓고 폐기 단계에서 막히면 비용만 나갑니다.

센터는 여섯 곳이고 승계 조건을 먼저 확인하세요

전자문서통합지원센터가 공개한 목록 기준으로 지정된 공인전자문서센터는 여섯 곳입니다. 한국무역정보통신, LG CNS, 하나금융티아이, 더존비즈온, KT, KB신용정보입니다.

고를 때 기능보다 먼저 볼 것은 기간입니다. 상법상 10년을 보관해야 하는 문서를 맡기려면 계약 기간이 그보다 짧아서는 안 됩니다. 센터가 영업을 그만둘 때 보관 문서를 어디로 넘기는지도 계약서에서 확인하세요.

비용은 월 기본료와 용량 종량제로 나뉩니다

공개 요금표를 두고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KT의 Paperless 공인전자문서센터는 부가세 포함 기준으로 베이직 요금제 가입비 11만 원, 월 기본료 11만 원, 기본 용량 30,000MB를 제시합니다. 프리미엄은 가입비 22만 원, 월 기본료 33만 원이고 API 연계와 ID 30개가 붙습니다.

기본 용량을 넘기면 종량제로 넘어갑니다. 추가 보관은 월 5.5원/MB, 원본증명서 발급은 건당 110원입니다. 약정을 걸면 3년 10%, 5년 20%, 10년 50%를 깎아 줍니다. 스캔 해상도 정책이 곧 월 비용이 되는 구조입니다.

보관 기간은 전자문서법이 아니라 개별 법이 정합니다

전자문서법은 형식만 정합니다. 몇 년을 두어야 하는지는 각 법이 따로 말합니다. 국세기본법 제85조의3 제2항은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날부터 5년, 역외거래는 7년을 요구합니다.

상법 제33조는 상업장부와 영업에 관한 중요서류를 10년, 전표와 이에 유사한 서류를 5년 보존하라고 정합니다. 같은 계약서가 세법 5년과 상법 10년에 동시에 걸리면 긴 쪽을 따라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42조는 3년입니다. 시행령 제22조 제2항이 기산일을 따로 정해 두었는데, 근로계약서는 근로관계가 끝난 날, 근로자 명부는 해고·퇴직·사망한 날, 임금대장은 마지막으로 써 넣은 날부터입니다. 입사일로 계산하면 틀립니다.

사내 보관 규정은 이 순서로 다시 쓰세요

  1. 보유 문서를 종류별로 나열하고 근거 법령, 보관 기간, 기산일을 한 줄씩 적습니다.
  2.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5조의7 제3항에 걸리는 문서를 빼서 원본 보관 칸에 넣습니다.
  3. 남은 문서를 사내 보관과 공인전자문서센터 보관으로 나눕니다.
  4. 스캔 전에 원본 상태를 확인해 가독성이 안 나오는 문서를 폐기 대상에서 뺍니다.
  5. 전자화문서 작성 절차를 고시에 맞춰 문서화하고 검수 담당자를 지정합니다.
  6. 폐기 대장을 만들어 문서번호, 폐기일, 승인자를 남깁니다.

순서를 바꾸면 안 됩니다. 1번과 2번을 건너뛰고 스캔부터 시작한 회사는 나중에 어떤 종이를 버렸는지 증명하지 못합니다. 규정에는 개정일자와 적용 시점을 함께 적어 두세요.

이럴 때는 스캔 후 폐기가 맞지 않습니다

분쟁 가능성이 큰 계약은 종이를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상대가 서명이나 도장을 문제 삼으면 필적과 인영을 감정해야 하고, 감정 대상은 스캔 이미지가 아니라 종이입니다. 법이 폐기를 허용하는 것과 소송에서 유리한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문서량이 적은 회사도 맞지 않습니다. 월 기본료 11만 원이면 1년에 132만 원인데, 캐비닛 두세 개로 끝나는 규모라면 센터 비용이 종이 보관비보다 큽니다. 문서가 매달 늘어나는 구조인지 먼저 보세요.

문서 업무를 정리하는 다른 글은 실무 가이드와 운영 노트에 모아 두었습니다.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고, 사내 문서 흐름을 시스템으로 묶는 작업은 Codeforest에 문의하세요.

결론: 문서를 먼저 나누고 폐기 여부는 그다음에 정하세요

질문에 답하면 이렇습니다. 스캔본만 남기고 원본을 폐기하는 것은 법적으로 인정됩니다. 다만 조건이 둘입니다.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해야 하고,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5조의7 제3항에 열거된 문서는 대상에서 빠집니다.

그래서 보관 규정을 다시 쓰는 일은 스캔 업체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문서를 분류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등기·등록 대상 자산의 계약서와 소송·인허가 서류를 먼저 빼내고, 남은 문서에만 보관 기간과 폐기 절차를 붙이세요. 이 순서를 지키면 창고는 줄고 법적 위험은 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