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외주 개발 잔금을 치르고 세금계산서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결산을 맡은 세무대리인이 "이건 올해 비용으로 못 넣습니다"라고 합니다. 통장에서는 5,000만원이 빠져나갔는데 손익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몇백만원입니다.
지출한 시점과 비용으로 인정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갈림길은 세 개입니다. 자산인지 비용인지, 자산이면 몇 년에 나누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나누기 시작하는지입니다. 같은 계약서 안에서도 견적서 항목마다 답이 다릅니다.
업무에 쓰려고 만든 소프트웨어는 지급한 해의 비용이 아닙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24조는 감가상각자산의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외부에 의뢰해 만든 소프트웨어를 회사 업무에 쓴다면 그 용역비는 그해 판매관리비가 아니라 자산의 취득원가입니다. 돈이 나간 시점이 아니라 내용연수에 걸쳐 조금씩 손금으로 들어갑니다.
예외는 금액이 작을 때입니다. 같은 시행령 제31조 제4항은 거래단위별 취득가액이 100만원 이하인 감가상각자산을 사업에 사용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손비로 계상하면 그대로 손금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랜딩 페이지 제작 정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세법은 소프트웨어를 무형자산이 아니라 기구 및 비품으로 봅니다
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2호가 열거한 무형자산은 영업권, 디자인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특허권, 어업권, 양식업권, 광업권, 개발비, 사용수익기부자산가액입니다. 소프트웨어라는 항목은 여기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세청은 법인이 구입한 상용 소프트웨어를 법인세법 시행규칙 별표5의 기구 및 비품에 넣어 감가상각하도록 해 왔습니다(서이46012-11382, 2003. 7. 23.). 위탁개발한 전산시스템 비용도 같은 자리에 들어간다고 회신하고 있습니다(법인46012-3393, 1994. 12. 12.).
별표5 구분 1의 공구·기구·비품은 기준내용연수 5년, 내용연수범위 4년에서 6년입니다. 장부에 무형자산으로 적어 두었더라도 세무상 상각 기간은 이 표를 따라갑니다.
개발비로 가는 경우는 따로 있습니다
무형자산 개발비는 회사가 팔거나 서비스할 제품을 만들면서 회계기준상 개발비 요건을 갖춰 자산으로 계상했을 때 적용됩니다. 사내 ERP나 재고 관리 시스템처럼 내부 업무용으로만 쓰는 프로그램은 보통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개발비로 계상하면 상각 방식이 달라집니다. 시행령 제26조 제1항 제6호는 관련 제품의 판매 또는 사용이 가능한 시점부터 20년의 범위에서 연단위로 신고한 내용연수에 따라 경과월수에 비례해 상각하도록 합니다. 신고하지 않으면 5년 균등 상각입니다.
같은 5,000만원이라도 사내용이면 4~6년, 판매할 제품이면 최장 20년까지 늘려 잡을 수 있습니다. 이익이 많이 나는 해에 비용을 당기고 싶다면 짧은 쪽을, 초기 적자 폭을 줄이고 싶다면 긴 쪽을 신고하세요.
상각은 돈 낸 날이 아니라 업무에 쓴 날부터 시작합니다
시행령 제24조 제3항은 사업에 사용하지 아니하는 것과 건설 중인 것을 감가상각자산에서 뺍니다.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치른 기성금은 자산으로 쌓이기만 할 뿐, 비용은 한 푼도 잡히지 않습니다.
시작 시점은 월 단위로 끊습니다. 시행령 제26조 제9항은 사업에 사용한 날부터 해당 사업연도 종료일까지의 월수로 상각범위액을 계산하고, 1월 미만의 일수는 1월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5,000만원을 써도 올해 손익에는 167만원만 들어갑니다
3월에 착수해 11월에 검수를 마치고 바로 가동한 5,000만원짜리 사내 시스템을 예로 들겠습니다. 내용연수 5년 정액법이면 연 상각액은 1,000만원이고, 11월과 12월 두 달치인 약 167만원만 올해 손금입니다. 지출액의 3% 남짓입니다.
검수가 밀려 이듬해 1월에 가동했다면 올해 반영액은 0원입니다. 돈은 작년에 다 나갔는데 비용은 한 푼도 없는 해가 생깁니다.
올해 손익에 얼마가 잡히는지는 계약금액이 아니라 가동일이 정합니다. 12월 가동과 1월 가동 사이에 한 해치 비용이 걸려 있습니다.
상각방법과 내용연수를 신고하지 않으면 기구·비품에는 정률법과 기준내용연수 5년이 적용됩니다(시행령 제26조 제4항). 정률법은 초기 상각액이 커서 첫해 이익을 줄이는 데 유리하고, 해마다 고르게 깔고 싶으면 정액법을 신고하세요.
세금계산서 발행 시점은 부가세 문제일 뿐입니다
용역의 공급시기는 역무의 제공이 완료되는 때입니다(부가가치세법 제16조 제1항). 다만 완성도기준지급이나 중간지급조건부로 계약하면 대가의 각 부분을 받기로 한 때가 공급시기가 됩니다(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중간지급조건부는 계약금을 받기로 한 날의 다음 날부터 용역 제공을 완료하는 날까지가 6개월 이상이고, 그 기간에 계약금 외의 대가를 나눠 받는 경우입니다. 개발 기간이 긴 프로젝트는 기성마다 세금계산서가 쪼개져 들어옵니다.
그 세금계산서로 매입세액은 그때그때 공제받습니다. 하지만 법인세 손금은 가동일을 기준으로 따로 계산됩니다. 세금계산서를 다 받았으니 비용 처리도 끝났다고 생각하면 결산에서 어긋납니다.
견적서 항목을 이렇게 갈라 넣으세요
한 계약 안에서도 항목마다 목적지가 다릅니다. 아래처럼 나눠서 받으면 결산 때 다툴 일이 줄어듭니다.
- 요구사항 분석·화면 설계·개발·테스트 인건비와 PM 비용: 소프트웨어 취득원가로 자산 계상
- 개발 기간에 쓴 서버·클라우드 사용료, 도메인, 인증서: 그 기간의 비용
- 영구 라이선스로 사는 상용 소프트웨어: 자산, 거래단위별 100만원 이하면 즉시 손금
- 월·연 단위 구독형 서비스 이용료: 기간 비용, 미리 낸 부분은 선급비용
- 검수 이후의 월 정액 유지보수료: 그해 비용
- 가동 후의 기능 추가와 업그레이드: 자본적 지출로 자산에 더함
시스템 구축 일식 5,000만원이라고 한 줄로 온 견적서로는 이 구분을 할 수 없습니다. 계약 전에 인건비, 인프라 사용료, 라이선스, 유지보수를 분리해 적어 달라고 요구하세요.
유지보수비는 비용, 기능 추가는 자산입니다
국세청은 개발비로 계상한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의 매월 유지보수 지출을 수익적 지출로 보았습니다(서면-2024-법인-4849, 2025. 3. 5.). 기존 기능을 유지하려고 데이터를 갱신하고 오류를 잡는 비용은 그해 비용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은 자본적 지출입니다. 다만 시행령 제31조 제3항은 개별자산별 수선비가 600만원 미만이거나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 재무상태표상 자산가액의 5%에 미달하면, 손비로 계상한 경우 자본적 지출로 보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600만원이 기준선이 됩니다. 버튼 몇 개 추가하는 정도는 당기 비용으로 털리고, 화면 구조를 갈아엎는 2차 개발은 자산에 얹힌다고 보면 대체로 맞습니다.
이 기준이 그대로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100만원 이하 즉시 손금 특례는 고유업무의 성질상 대량으로 보유하는 자산과 사업의 개시 또는 확장을 위해 취득한 자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창업하면서 한꺼번에 들인 시스템은 금액이 작아도 이 특례를 쓸 수 없습니다.
개발이 중단되거나 만든 시스템을 끝내 쓰지 못하게 된 경우의 처리는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고, 이 글에서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적은 내용은 법인세법 기준이며, 회계기준상 무형자산 인식 요건은 별도로 봅니다.
계정을 무엇으로 잡을지는 결국 그 소프트웨어를 어디에 쓰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견적서와 계약서를 들고 세무대리인과 먼저 맞춰 보세요.
발주 단계에서 미리 정리해 둘 내용은 실무 가이드와 운영 노트에 이어서 싣고 있습니다.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 외주 견적서를 항목별로 나누는 일은 Codeforest가 계약 전에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결론: 계약금액이 아니라 가동일과 견적 항목을 보세요
올해 손익에 반영되는 금액은 지급액이 아니라 가동일부터 연말까지의 월수가 정합니다. 5,000만원을 써도 11월 가동이면 약 167만원, 1월 가동이면 0원입니다. 연말에 검수 일정을 당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다음에 볼 것은 견적서입니다. 인건비는 자산으로, 서버와 구독료와 유지보수는 그해 비용으로 갈라집니다. 항목이 뭉뚱그려진 견적서를 받으면 세금계산서를 아무리 잘 챙겨도 비용 처리는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