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개발사에 대금을 치르고 세금계산서를 받은 뒤, 이 돈도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로 넘길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답은 금액이 아니라 계약 상대와 과제의 성격에서 갈립니다. 같은 3억 원이라도 일부만 인정되고 나머지는 부인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더 불편한 점은 이 판단이 개발이 끝난 뒤가 아니라 착수 전에 이미 절반쯤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출한 비용은 나중에 서류를 다시 만들어도 되살리기 어렵습니다.
외주비도 공제 대상이지만 '용역비'라는 이름으로는 안 됩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의 연구·인력개발비는 시행령 별표 6에서 항목이 정해집니다. 크게 자체연구개발비와 위탁 및 공동연구개발비로 나뉘고, 외주로 나간 돈은 두 번째 칸에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개발 용역'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출발이 불리합니다. 위탁연구개발 계약으로 과제명과 연구 범위, 수행 조직을 특정해 두어야 나중에 명세서와 계약서가 맞물립니다.
기업부설연구소나 전담부서 신고가 출발선입니다
자체연구개발비의 인건비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에 신고해 인정받은 기업부설연구소나 연구개발전담부서 소속 직원분만 인정됩니다.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인정기준은 연구전담요원 수로 소기업 3명, 중기업 5명, 중견기업 7명, 그 밖의 기업 10명입니다. 연구개발전담부서는 규모와 관계없이 1명 이상입니다.
요건을 갖춘 뒤 신고해 인정받는 구조이므로 순서가 중요합니다.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신고를 끝내 두어야 그 과세연도의 지출을 온전히 붙일 수 있습니다.
위탁비는 '누구에게 맡겼는가'에서 먼저 갈립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규칙 제7조 제6항은 위탁·공동연구개발이 인정되는 기관을 열거합니다. 목록에 없는 상대에게 맡긴 비용은 내용이 아무리 연구개발다워도 걸러집니다.
-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 또는 전문대학
- 국공립연구기관, 정부출연연구기관, 비영리법인 부설 연구기관
- 전문생산기술연구소 등 기업이 설립한 국내외 연구기관
- 기업부설연구소나 연구개발전담부서를 보유한 기업의 해당 조직
- 연구산업진흥법에 따른 연구산업을 영위하는 기업
실무에서 소프트웨어 외주는 대부분 마지막 두 줄에 걸립니다. 거래처를 고르는 단계에서 상대 개발사가 연구소나 전담부서 인정서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단가 협상보다 먼저입니다.
외주비의 공제 여부는 세금계산서 금액이 아니라 상대 회사의 조직 형태에서 먼저 결정됩니다.
연구소가 있어도 그 조직이 직접 수행한 부분만 인정됩니다
별표 6은 국내외 기업의 전담부서 등에 위탁한 비용을 그 전담부서 등이 직접 수행한 부분으로 한정합니다. 외주사가 연구소를 보유했더라도 실제 작업을 연구소 밖 인력이나 재하청 업체가 했다면 그만큼은 빠집니다.
그래서 계약서에 투입 인력의 소속과 역할을 적고, 검수 때 수행 내역을 함께 받아 두어야 합니다. 세금계산서 한 장으로는 이 구분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단순 외주 용역이 걸러지는 지점은 기술적 불확실성입니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24일 선고한 2021두55203 판결에서 금융기관이 개발업자에게 맡긴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비를 공제 대상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연구개발은 과학적·기술적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해소하는 활동이어야 하는데, 당시 알려진 정보기술로 기존 업무를 효율화한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이 기준은 업종을 가리지 않습니다. 기존 기술을 조합해 사내 업무를 전산화한 프로젝트는 금액이 크고 기간이 길어도 공제 근거가 약합니다. 반대로 달성해야 할 성능 목표를 세우고 실패 가능성을 안은 채 실험을 반복한 과제라면 설명할 거리가 남습니다.
범용 소프트웨어 구입비는 금액이 커도 빠집니다
별표 6은 소프트웨어 대여·구입비를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상 문화상품 제작에 쓰는 경우로 한정합니다. 그 밖의 범용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구입비는 위탁개발 대금에 섞여 있더라도 제외됩니다.
국세청은 이미 상품화된 패키지인지, 시스템을 구축할 때 별도의 개발 과정이 필요한지, 커스터마이징 정도가 어떤지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견적서에 라이선스 비용과 개발 공수가 한 줄로 묶여 있으면 통째로 다투게 되니 항목을 나눠 받으세요.
중소기업 공제율은 당기분 25%, 증가분 50%입니다
일반연구·인력개발비는 당기 발생액의 25%와 직전 과세연도보다 늘어난 금액의 50% 중 유리한 쪽을 적용합니다.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비는 중소기업 30%,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비는 중소기업 40%입니다.
인정 금액이 1억 원이면 2,500만 원이 산출세액에서 직접 빠집니다. 외주비의 인정 여부가 곧 수천만 원 단위의 현금 차이라는 뜻이고, 그래서 계약 전에 쓰는 확인 비용이 아깝지 않습니다.
서류는 과세연도 종료일부터 5년을 버텨야 합니다
시행령 제9조는 과제별로 연구개발계획서와 연구개발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신성장·원천기술이나 국가전략기술 공제를 받는 경우에는 연구노트까지 요구합니다. 보관 기간은 해당 과세연도 종료일부터 5년입니다.
신고할 때는 세액공제신청서와 연구 및 인력개발비 명세서, 연구과제총괄표를 냅니다. 외주 과제라면 위탁계약서와 과제별 산출물, 대금 지급 증빙이 계획서의 과제 구분과 같은 이름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세무조사는 보통 돈을 쓴 해가 아니라 몇 년 뒤에 옵니다. 그때 남아 있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파일입니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신고 전에 사전심사를 받으세요
국세청 사전심사는 세액공제를 신청하기 전에 그 지출이 연구·인력개발비에 해당하는지 미리 확인받는 제도입니다. 이미 쓴 돈뿐 아니라 앞으로 쓸 예정인 비용도 신청할 수 있고, 여러 과제 중 애매한 과제만 골라 신청해도 됩니다.
법인세 신고 전까지 홈택스와 우편, 세무서 방문으로 접수합니다. 심사 결과대로 신고하면 나중에 과세관청이 달리 보더라도 과소신고가산세를 물리지 않습니다.
신고 요건과 서식은 기업부설연구소·전담부서 신고관리시스템과 국세청 사전심사 안내에서 확인하세요. 개발 계약과 산출물 관리에 관한 글은 실무 가이드에 모아 두었고, 과제 단위로 계약을 나누는 방법은 Codeforest로 문의하세요.
이런 경우에는 공제를 기대하지 마세요
홈페이지 리뉴얼, 상용 ERP 도입과 화면 커스터마이징, 이미 기획된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 기존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반복 제작하는 작업은 대상이 아닙니다. 시장조사와 판촉, 일상적인 품질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외주를 받아 수행한 쪽도 주의해야 합니다. 연구소나 전담부서가 없는 법인이 위탁받아 수행하며 쓴 비용은 그 법인의 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국세청 해석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발주사와 수주사가 같은 금액으로 공제를 노리는 구조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론: 계약서보다 조직 신고와 과제 정의가 먼저입니다
외주 개발비의 공제 여부는 세 가지로 갈립니다. 우리 회사에 인정받은 연구소나 전담부서가 있는지, 맡긴 상대가 시행규칙이 열거한 기관인지, 그 일이 기술적 불확실성을 푸는 과제인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착수 전에 정리되지 않으면 지출한 뒤에 만회할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규모가 작아도 순서는 같습니다. 연구개발전담부서는 연구전담요원 1명부터 신고할 수 있으니 조직을 먼저 만들고, 과제 단위로 계획서를 쓴 다음 계약하세요. 금액이 크거나 판단이 애매하면 신고 전 사전심사로 확인받는 것이 가장 싼 보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