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팀에서 "앱에 출석 룰렛 하나 넣읍시다"라는 기획서가 올라옵니다. 하루 한 번 돌려서 쿠폰이나 기프티콘이 나오는, 어디서나 보던 그 화면입니다. 개발 난이도로 보면 길어야 사흘이고, 그래서 일정표에도 사흘로 잡힙니다.

문제는 이 사흘짜리 기능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등급분류 대상이 되는 순간입니다. 등급분류 없이 서비스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조항이 걸립니다. 기획서 어디에도 이 줄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게임물인지 아닌지는 정의 조문 한 줄로 갈립니다

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는 게임물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여가선용·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로 정의합니다. 제작한 회사의 업종이나 콘텐츠의 규모는 요건에 없습니다.

돌아가는 룰렛판, 상자를 여는 뽑기, 두더지 잡기 미니게임은 이 문장에 그대로 들어갑니다. "우리는 게임 회사가 아니다"라는 사실은 판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게임물인지를 가르는 것은 회사의 업종이 아니라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홍보용이라 예외"라는 말은 대부분 틀립니다

제21조 제1항 단서는 등급분류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게임물을 네 가지로 정합니다.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추천하는 대회·전시회용, 교육·학습·종교 또는 공익적 홍보활동용, 개발 과정의 시험용, 그리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임물입니다.

두 번째 항목이 마케팅 담당자의 눈에 들어오지만,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안내는 이 예외를 국가·교육기관·종교기관 등이 비영리로 제작·배급하는 게임물로 설명합니다. 대통령령이 범위를 좁혀 놓은 조항입니다.

자사 상품 구매나 앱 재방문을 유도하는 경품 룰렛은 정의상 영리 목적입니다. 홍보라는 이름으로 빠져나갈 길은 처음부터 막혀 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진짜 경계는 이용자가 결과에 개입하는지입니다

실무에서 쓰는 구분은 이렇습니다. 서버가 당첨자를 먼저 정하고 화면은 그 결과를 연출만 하는 단순 추첨과, 이용자의 조작이 결과에 영향을 주는 플레이는 성격이 다릅니다. 후자에 가까울수록 게임물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다만 이 경계를 정해 놓은 명문 규정은 없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개별 콘텐츠를 보고 판단하는 영역이고, 공개된 일반 기준표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애매하면 기획서 단계에서 위원회에 문의해 서면 답을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스토어 설문으로 끝나는 경우는 조문에 적혀 있습니다

제21조의2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한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직접 등급을 매길 수 있도록 합니다. 구글, 애플, 삼성전자, 원스토어, 소니, 한국닌텐도 등이 지정돼 있습니다.

대상 범위는 같은 조 제3항에 있습니다. 해당 사업자와 제공·중개 계약을 맺고 서비스되는 게임물, 그리고 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게임물입니다. 스토어를 거쳐 배포되는 앱이라면 설문 작성으로 절차가 끝납니다.

스토어가 '앱'으로 받으면 등급은 붙지 않습니다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구글플레이 공식 문서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GRAC) 등급은 '게임'으로 등록된 항목에만 부여되고, 게임이 아닌 앱은 구글 자체 등급인 만 3세·7세·12세·16세·19세 이상 5단계를 받습니다.

쇼핑앱이나 멤버십앱 안에 룰렛을 넣고 콘텐츠 등급 설문을 돌려도, 스토어 카테고리가 '앱'이면 게임산업법상 등급분류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설문을 마쳤다는 사실만 믿고 넘어가면 무등급 상태로 서비스하게 됩니다.

룰렛 모양이면 청소년이용불가로 밀려납니다

구글플레이의 국가별 배포 요구사항 문서는 도박 또는 카지노 스타일 요소가 있는 게임을 한국에 배포하려면 먼저 GRAC 등급 인증서를 받아야 하고, 시뮬레이션된 도박 기능이 있는 게임은 미성년자 부적합으로 분류된다고 명시합니다.

그리고 제21조의2 제3항 단서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을 자체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룰렛이나 슬롯 연출이 사행성 요소로 읽히는 순간 설문 경로가 막히고 위원회 직접 신청으로 넘어갑니다.

전체이용가로 운영하던 앱에 19세 등급이 붙으면 이벤트가 아니라 서비스 전체가 흔들립니다. 연출을 카지노처럼 만들지 않는 결정이 곧 비용 문제입니다.

웹에 넣으면 스토어 경로가 아예 없습니다

자사 홈페이지나 이벤트 페이지에 심는 웹 룰렛은 스토어를 거치지 않습니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와 계약 관계가 없으니 설문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PC·온라인과 콘솔 게임물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가 위탁받아 등급분류하고, 청소년이용불가 등급과 아케이드·사행성 모사 게임물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직접 맡습니다. 웹 이벤트는 GCRB에 신청하게 됩니다.

수수료는 플랫폼별 기초가액에 계수를 곱해 정합니다. 기초가액은 PC 36만원, 콘솔 32만원, 10MB 미만 기타 3만원이고, 여기에 네트워크 여부 1.0 또는 1.5, 장르 계수 1.0·2.0·4.0, 한글화 1.0 또는 1.5를 곱합니다. 베팅성은 계수가 가장 높은 1군입니다.

등급분류 없이 내보내면 이런 제재를 받습니다

제32조 제1항 제1호는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물을 유통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제44조 제1항 제2호가 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과태료가 아니라 형사처벌 조항입니다.

행정 조치도 따로 있습니다. 제38조 제3항에 따라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은 수거·폐기·삭제 대상이 되고, 제7항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서비스 제공자에게 취급 거부·정지·제한을 명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하나 때문에 앱 전체가 내려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흘짜리 기능의 위험이 서비스 전체에 걸리는 구조입니다.

이 기준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가비를 받거나 유료 결제와 결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2조 제1호의2는 우연적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것을 사행성게임물로 정의하는데, 이는 게임물에서 아예 제외돼 등급분류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매장에 기기 형태로 설치하면 아케이드 게임물이 되어 영업 허가·등록 문제가 추가됩니다. 경품의 종류와 당첨 고지 방법은 전자상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이 따로 규율하므로, 등급분류를 통과했다고 해서 이벤트 전체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획 단계에서 개발사에 이것부터 확인하세요

견적을 받기 전에 아래 항목을 문서로 정리해 개발사와 맞춰 두면, 출시 직전에 일정이 뒤집히는 일을 대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 당첨 결과를 서버가 미리 정하는지, 이용자 조작이 결과에 영향을 주는지
  • 배포 경로가 앱스토어인지 자사 웹인지, 웹이면 GCRB 신청과 대기 기간을 누가 챙기는지
  • 스토어 등록 카테고리가 '게임'인지 '앱'인지, 설문 결과로 어떤 등급이 나오는지
  • 룰렛·슬롯·카드 같은 사행성 연출을 쓰는지, 대체 연출안이 준비돼 있는지
  • 기존 앱에 붙이는 경우 현재 등급이 무엇이고 그 등급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 등급분류 수수료와 심의 기간을 누구 예산, 어느 일정에 넣어 두었는지

비슷한 사전 점검 사례는 실무 가이드에 모아 두었습니다. 수수료 산정 기준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심의수수료 안내, 스토어 요건은 구글플레이 국가별 배포 요구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고, 기능 기획 단계부터 검토가 필요하면 Codeforest로 문의하세요.

결론: 룰렛의 모양이 아니라 유통 경로와 등급이 비용을 정합니다

정리하면 세 갈래입니다. 앱스토어로 배포되고 '게임'으로 등록되며 전체이용가 수준이면 설문으로 끝납니다. 자사 웹에 심거나 청소년이용불가로 판정되면 GCRB 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그리고 홍보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제되는 길은 없습니다.

그래서 확인 순서는 기획서가 나온 직후여야 합니다. 개발이 끝난 뒤에 심의 이야기를 꺼내면 배포 일정 전체를 다시 짜야 합니다. 사흘짜리 기능 때문에 캠페인이 몇 주 밀리는 일은, 첫 회의에서 던지는 질문 몇 개로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