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 잔금까지 치르고 나서 소스코드를 달라고 했더니 "그건 저희 회사 자산이라 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계약서를 다시 펴봐도 저작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개발사가 특별히 악의적이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저작권법은 돈을 낸 사람이 아니라 만든 사람을 저작자로 봅니다. 계약서에 권리 이전을 적지 않으면 완성된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개발사에 그대로 남습니다. 나중에 개발사를 바꾸려 할 때 이 한 줄의 부재가 사업 전체를 묶습니다.

돈을 냈다는 사실만으로는 저작권이 넘어오지 않습니다

외주 개발 계약은 일의 완성을 약속하는 도급 계약에 가깝습니다. 대금은 완성물을 넘겨받는 대가이지, 완성물에 붙은 저작권을 넘겨받는 대가가 아닙니다.

저작권은 창작한 쪽에 먼저 생기고, 옮기려면 별도의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45조가 저작재산권의 양도를 따로 규정해 둔 이유입니다. 계약서에 그 합의가 없으면 이전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금 100% 지급은 소스코드 인도 청구의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완납으로 사라지는 것은 대금 채무뿐입니다.

업무상저작물 규정은 외주 개발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9조는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등이 된다"고 정합니다. 이 조문을 보고 발주한 회사가 저작자가 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상저작물이 되려면 그 법인의 기획 아래 그 법인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만들어야 합니다. 외주 개발사 직원은 발주자의 업무 종사자가 아닙니다. 컴퓨터프로그램은 공표 요건도 없어서,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사내 시스템이라도 결론이 같습니다.

제9조가 만들어 주는 결과는 "발주자가 저작자가 된다"가 아니라 "개발사가 저작자가 된다"입니다.

양도 조문이 없으면 아무 권리도 넘어오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소유권 표현이 아니라 저작재산권 양도라는 문구입니다. 프로그램에는 물건 같은 소유권 개념이 없어서, "산출물의 소유권은 갑에게 있다"는 문장만으로는 다툼이 생깁니다.

이전 시점도 함께 적어야 합니다. "본 계약에 따라 개발된 산출물에 대한 저작재산권 일체는 검수 합격일에 갑에게 양도한다"처럼 씁니다. 시점을 비워 두면 언제 넘어왔는지를 두고 다시 다투게 됩니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빼면 받아도 고칠 수 없습니다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해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원본을 고쳐 새 버전을 만들 권리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같은 항 단서는 프로그램을 반대로 다룹니다. 프로그램은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발주자에게 유리한 규정입니다.

다만 이것은 추정일 뿐입니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을에게 유보한다"는 한 줄이 들어가면 그대로 뒤집힙니다. 양도 조문에 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이라고 못 박아 두세요.

공동소유는 안전장치가 아니라 잠금장치입니다

과기정통부가 2020년 12월 31일 배포한 정보시스템 개발·구축 사업 표준계약서는 지식재산권 조항인 제23조에서, 새로 개발된 소프트웨어의 지식재산권을 발주자와 공급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지분은 균등한 것으로 봅니다. 공공 용역에 쓰이는 기획재정부 계약예규도 같은 공동소유 방식을 기본형으로 둡니다.

문제는 공동으로 가진 권리를 혼자 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은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 없이는 행사할 수 없고, 다른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는 지분을 양도할 수도 없다고 규정합니다.

그 결과 개발사를 바꾸려면 새 개발사에 코드를 넘기는 행위 자체에 전 개발사의 동의가 필요해집니다. 같은 조는 신의에 반해 합의를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고 덧붙이지만, 거부가 부당한지 다투는 시간이 곧 사업 지연입니다.

공동소유는 절반을 가진 상태가 아닙니다. 상대가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입니다.

저작권을 받아도 소스코드는 따로 받아야 합니다

권리와 물건은 별개입니다. 저작재산권을 양도받아도 파일이 손에 없으면 다음 개발사가 손댈 것이 없습니다. 인도 대상과 시점, 형식을 별도 조문과 별지로 적으세요.

실무에서 빠뜨리기 쉬운 것은 코드 자체가 아니라 코드를 돌아가게 만드는 주변입니다. 아래 항목을 검수 조건에 넣으면 인수인계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 전체 소스코드와 형상관리 저장소의 변경 이력
  • 빌드·배포 스크립트, 환경설정 파일, 외부 라이브러리 목록
  • 데이터베이스 스키마와 초기 데이터
  • 서버·도메인·인증서·외부 API 계정의 관리자 권한
  • 화면 설계서와 인터페이스 정의서 등 개발 문서

개발사가 원래 갖고 있던 코드는 구분해서 적으세요

모든 코드를 다 넘기라는 요구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개발사는 대개 자체 프레임워크나 공통 모듈을 재사용하고, 그 부분까지 양도하면 다른 고객에게 쓸 수 없습니다. 이 요구를 그대로 밀면 단가가 오르거나 계약이 깨집니다.

그래서 개발사가 계약 전부터 보유한 자산은 목록으로 분리하고, 그 부분만 양도가 아니라 사용권으로 처리합니다. 사용권 조건은 기간 제한 없음, 추가 대가 없음, 수정 허용, 사업 양수인에게 승계 가능으로 적어야 합니다.

유지관리 계약을 따로 쓰면 권리가 다시 갈라집니다

과기정통부 표준계약서는 정보시스템 개발·구축과 정보시스템 유지관리를 서로 다른 문서로 나눠 두었습니다. 개발 계약에서 권리를 정리해도 유지관리 계약은 별개 계약입니다.

유지관리 기간에 추가되는 기능도 새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귀속 조문이 없으면 그 코드의 저작권은 다시 개발사에 남습니다. 2~3년 운영한 시스템은 초기 개발분보다 유지관리분이 더 커지기도 합니다.

유지관리 계약서에도 같은 문장을 넣으세요. "유지관리 과정에서 개발·수정된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은 개발 계약과 동일하게 갑에게 귀속한다" 정도면 충분합니다.

공공사업이라면 반출 승인 규정도 함께 보세요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59조는 소프트웨어 산출물의 활용 보장을 정합니다. 국가기관등의 장은 계약상대자가 지식재산권을 행사하려고 산출물 반출을 요청하면, 국가 안보에 관한 사유가 없는 한 승인해야 합니다.

이 조문은 발주기관이 아니라 개발사를 위한 규정입니다. 공동소유 구조에서 개발사가 산출물을 가져가 다른 사업에 활용할 길을 열어 둔 것입니다. "공동소유니까 우리 것"이라는 인식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발주기관이 재사용 범위와 경쟁사 납품 제한을 계약서에 따로 적지 않으면, 같은 구조의 시스템이 경쟁사에 납품되는 것을 막을 근거가 없습니다.

저작권 양도를 요구하면 안 되는 계약도 있습니다

개발사의 자체 솔루션을 고쳐 쓰는 계약이라면 저작권 양도 요구가 맞지 않습니다. 제품 원본을 통째로 내놓으라는 요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양도 대신 소스코드 임치와 사용권 조합이 현실적입니다.

기술자료 임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24조의2에 근거한 제도입니다. 개발사가 코드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맡기고, 파산선고나 해산결의로 권리가 소멸하거나 사업장을 폐쇄한 경우 등 미리 합의한 조건에서 교부를 청구합니다. 한계도 분명합니다. 조건이 발동해야만 받을 수 있고, 임치본이 최신 버전이 아니면 쓸모가 없으며, 받아도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없으면 고칠 수 없습니다.

계약서 원문은 배포처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SW)분야 표준계약서 6종 안내기술자료 임치제도 안내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발주 실무에서 걸리는 지점은 실무 가이드에 이어서 정리하고 있고, 개발 계약 검토가 필요하면 Codeforest로 문의하셔도 됩니다.

결론: 계약서에 네 줄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소스코드를 못 받거나 마음대로 못 고치는 상황은 대개 네 가지가 빠져서 생깁니다. 저작재산권 양도, 2차적저작물작성권 포함, 산출물 인도 목록, 유지관리분 귀속입니다. 저작권법 제9조의 업무상저작물 규정은 발주자를 저작자로 만들어 주지 않고, 대금 완납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동소유는 타협처럼 보이지만 제48조 때문에 개발사를 바꿀 때 가장 먼저 걸리는 조항이 됩니다. 교체 가능성을 열어 두려면 단독 귀속으로 적고, 개발사가 원래 보유한 자산만 목록으로 떼어 사용권으로 처리하세요. 계약 체결 전 30분이면 끝나는 일이 나중에는 몇 달짜리 협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