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에 상담 챗봇을 붙이거나 사내 문서 요약 기능을 새로 얹는 일은 이제 2~3주짜리 개발 건입니다. 그런데 그 일정 안에 화면 문구와 약관, 결과물 표시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은 견적서에 잘 적히지 않습니다.
2026년 1월 22일부터 AI 기본법이 시행됐습니다. AI를 쓴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걸려 있는데, 정작 무엇을 화면 어디에 띄워야 하는지는 발주처도 개발사도 헷갈려 합니다.
의무를 지는 쪽은 모델 회사가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여러분입니다
정식 명칭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행에 맞춰 공개한 투명성 확보 가이드라인은 의무 주체를 '이용자에게 직접 AI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AI사업자'로 정리했습니다.
외부 모델의 API를 가져다 붙여 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바로 그 사업자입니다. 모델을 만든 회사가 아니라 이용자 화면을 가진 쪽이 고지와 표시를 책임집니다.
반대로 AI 도구로 블로그 이미지를 만들어 쓰는 이용자는 이 의무의 대상이 아닙니다. AI를 개발하거나 AI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만 적용을 받습니다.
제31조는 하나가 아니라 세 갈래 의무입니다
제31조 제1항은 고영향 AI나 생성형 AI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사전에 고지하라는 조항입니다. 제2항은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에 그 사실을 표시하라는 조항이고, 제3항은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 결과물, 즉 딥페이크를 명확히 표시하라는 조항입니다.
세 갈래는 이행 방법도 다르고 제재 경로도 다릅니다. 개발 범위를 짤 때 이 셋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비용이 불필요하게 커집니다.
챗봇이라면 화면 안내부터 개발 범위에 넣으세요
사전 고지는 이용약관이나 계약서에 적는 방법, 소프트웨어·앱 구동 화면에 표시하는 방법, 오프라인 서비스라면 안내문을 게시하는 방법이 인정됩니다. 챗봇처럼 대화형이면 이용 전 안내 또는 화면에 로고를 상시 노출하는 방식이 가이드라인에 예시로 들어가 있습니다.
이 항목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첫 진입 화면의 안내 한 줄과 약관 조항 하나면 끝나는데, 뒤에서 보듯 곧장 과태료가 붙는 유일한 항목입니다.
결과물이 서비스 밖으로 나가면 기준이 올라갑니다
결과물이 서비스 화면 안에서만 소비된다면 표시 기준은 느슨합니다. 이용 환경(UI)이나 로고 표출로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고, 게임이나 메타버스는 로그인 시 안내나 캐릭터 표시도 인정됩니다.
반면 이용자가 결과물을 내려받거나 공유해 밖으로 내보내면 기준이 달라집니다.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가시·가청 워터마크로 표시하거나, 안내 문구·음성을 제공한 뒤 메타데이터 같은 기계 판독 방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메타데이터만 심어두고 끝내면 의무를 못 채웁니다
시행령은 표시 방법을 사람이 인식하는 방식과 기계가 판독하는 방식으로 나눴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조건이 있습니다. 기계 판독 방식만 쓰는 경우에도 안내 문구나 음성을 1회 이상 제공해야 합니다.
가이드라인은 이미지 분야에서 C2PA 콘텐츠 자격증명 같은 국제 표준을 비가시 표시 방식으로 제시합니다. 다만 메타데이터는 캡처나 재인코딩 한 번에 날아가므로, 외부 반출이 있는 이미지·영상은 가시 표시를 함께 넣는 편이 안전합니다.
딥페이크는 반드시 눈에 보이게 표시하세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이미지·영상은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비가시 워터마크만으로는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예술적·창작적 표현물에는 완화된 방식이 인정됩니다. 그러나 가상 인물을 앞세운 광고나 홍보 영상을 만든다면 표시 문구의 위치와 크기를 기획 단계에서 확정해 두세요.
개발 범위는 이 순서로 자르면 됩니다
예산이 빠듯하다면 아래 순서대로 넣으세요. 위에서부터 법적 위험이 크고 비용은 작습니다.
- 진입 화면·약관의 사전 고지 — 모든 경우 필수입니다
- 결과물 가시 표시와 1회 이상 안내 — 다운로드·공유 기능이 있으면 필수입니다
- 메타데이터·C2PA 대응 — 보조 수단이며 단독으로는 부족합니다
- 딥페이크 전용 화면 표시 — 실사형 합성 결과물을 다룰 때만 해당합니다
순서를 이렇게 잡는 이유는 제재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지와 표시는 법적으로 같은 무게가 아닙니다.
과태료 3천만원은 상한이고, 표시 위반은 한 단계를 거칩니다
제43조 제1항은 제31조 제1항의 고지를 이행하지 않은 자, 국내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은 자, 중지명령이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자에게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고지를 빠뜨리면 곧바로 과태료 대상이지만, 표시를 빠뜨리면 먼저 시정명령을 받고 그것을 버틸 때 과태료로 넘어갑니다.
3천만원은 법정 상한입니다. 시행령 별표의 부과기준은 위반 횟수로 나뉘어 1회 500만원, 2회 1천만원, 3회 이상 1천500만원이며, 중소기업·벤처·소상공인이거나 시정 노력이 인정되면 50% 범위에서 감경될 수 있습니다.
계도기간은 2027년 1월 21일이 최소선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과태료 계도기간을 '최소 1년 이상'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행일이 2026년 1월 22일이므로 최소선은 2027년 1월 21일입니다.
오늘 2026년 9월 23일 기준으로 종료일을 못 박은 발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최소'라는 단어가 남아 있는 한 연장 여지도 열려 있으니, 종료일을 기다리는 일정은 세우지 마세요.
계도기간은 제재의 유예이지 의무의 유예가 아닙니다. 의무는 2026년 1월 22일부터 이미 발생했고, 인명사고나 인권 훼손 같은 중대한 사안에는 계도기간에도 사실조사가 들어옵니다.
이럴 때는 화면 표시를 넣어도 답이 안 나옵니다
사내 임직원만 쓰는 내부 업무용 시스템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제품·서비스가 아니어서 이 의무의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 경우 화면 문구를 넣는 것보다 사내 이용 규정을 정비하는 편이 실익이 큽니다.
고영향 AI 해당 여부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채용, 신용평가, 의료처럼 사람의 권리에 영향을 주는 영역이면 표시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2026년 7월 21일 시행된 개정 시행령은 해당 여부를 정부에 물어볼 수 있는 'AI 제품·서비스 확인 제도'를 신설했으니, 애매하면 개발 착수 전에 확인을 받으세요.
조문과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와 정책브리핑 안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실무 판단은 실무 가이드에 모아두었고, 적용 범위 검토가 필요하면 Codeforest로 문의하세요.
결론: 화면 안내를 먼저 넣고, 워터마크는 반출 여부로 결정하세요
AI를 붙인 서비스를 파는 사업자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진입 화면과 약관의 사전 고지입니다.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 곧바로 과태료가 붙는 유일한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물 표시는 이용자가 그 결과물을 밖으로 가져가는지로 결정하세요. 화면 안에서만 쓰이면 로고나 UI 표시로 충분하고, 내려받기가 있으면 가시 표시와 1회 이상 안내를 함께 넣으면 됩니다. 계도기간의 최소선은 2027년 1월 21일이니, 다음 배포 주기 안에 이 두 가지를 끝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