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앱 기획서를 받아 보면 기능 목록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걸음 수와 체중을 기록하고, 식단을 남기고, 약 먹을 시간을 알려 줍니다. 그런데 기획서 뒤쪽에 “측정값 추세로 당뇨 위험을 알려 줍니다” 같은 한 줄이 붙어 있습니다.
그 한 줄이 제품의 법적 성격을 바꿉니다. 공산품이던 앱이 의료기기가 되면 허가 심사와 제조업 허가, 품질관리 기준이 한꺼번에 따라붙습니다. 출시 일정은 주 단위가 아니라 분기 단위로 밀립니다.
식약처는 사용목적을 먼저 보고 위해도를 다음에 봅니다
식약처 「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웰니스) 제품 판단기준」은 두 축으로 제품을 가릅니다. 2015년 7월 이 기준을 처음 시행할 때 식약처는 구분이 사용목적과 위해정도에 따라 정해진다고 밝혔습니다.
첫 축은 사용목적입니다.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예방할 목적, 상해나 장애를 진단·치료·경감·보정할 목적, 신체 구조나 기능을 검사·대체·변형할 목적, 임신을 조절할 목적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면 의료기기입니다.
둘째 축은 위해도입니다. 지침서 흐름도는 위해도를 판단하는 문항 5개를 두고, 하나라도 관련이 있으면 의료기기로 취급합니다. 사용목적이 일상 건강관리라도 위해도 문항에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기록·식단·복약 알림은 공산품으로 남습니다
지침서는 개인용 건강관리제품을 일상적 건강관리용과 만성질환자 자가관리용으로 분류합니다. 일상적 건강관리용에는 생체 현상 측정·분석, 신체 기능 향상, 운동·레저, 일상 건강관리 의료정보 제공이 들어갑니다.
목적 예시로는 체중 관리, 물리적 피트니스와 레크리에이션, 휴식과 스트레스 관리, 정신적 예민함, 자부심, 수면 관리가 제시됩니다. 걸음 수 집계, 식단 사진 기록, 복약 시간 알림은 이 범위 안에 있습니다.
이 기능만으로 구성한 앱은 허가도 인증도 신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싸고 빠른 선택입니다.
만성질환자를 겨냥해도 생활습관 추천까지는 웰니스입니다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삼는 순간 의료기기가 된다고 보는 분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지침서는 만성질환자 자가관리용도 개인용 건강관리제품으로 둡니다.
예시로 수면 패턴을 확인해 2형 당뇨 위험을 줄이는 제품, 식단과 체중을 관찰해 혈압 유지를 돕는 제품이 나옵니다. 다만 그 생활습관이 건강 결과에 중요하다는 점이 전문가의 과학적 보고서나 논문으로 일반적·객관적으로 인정된 사실이어야 합니다.
같은 혈압 데이터를 다뤄도 싱겁게 먹으라고 권하는 기능은 웰니스로 남고, 고혈압인지 알려 주는 기능은 의료기기가 됩니다.
2026년 2월 개정본은 판단 사례를 직접 실었습니다
식약처는 2026년 2월 12일 이 지침서를 개정했습니다. 등록번호는 지침서-0091-03입니다. 체외진단의료기기와 디지털의료기기 법령 제정에 따른 정의를 추가하고, 미국 FDA가 2026년 1월 개정한 웰니스 가이던스 내용을 일부 반영했습니다.
기획자에게 가장 쓸 만한 변화는 실제 판단 사례입니다.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음악·영상·식단·수면 정보를 맞춤 제공하는 제품, 체중 관리를 위해 식이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에게 생활습관을 추천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제품이 웰니스 사례로 수록됐습니다.
식약처는 이 개정으로 행정 업무의 일관성과 산업계 예측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내 기능을 이 사례 셋에 대 보는 것이 가장 빠른 자가 진단입니다.
진단·예측·치료 판단에 개입하면 디지털의료기기가 됩니다
경계를 넘으면 「디지털의료제품법」 영역입니다. 이 법은 2024년 1월 23일 제정되어 2025년 1월 24일 시행됐고, 시행규칙은 2025년 2월 28일 제정·시행됐습니다.
법은 디지털의료기기를 지능정보기술·로봇기술·정보통신기술 등 디지털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로 정의하고, 질병의 진단·치료 또는 예후 관찰 목적을 요건으로 둡니다. 하드웨어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성된 제품도 그대로 이 정의에 들어갑니다.
주의할 점은 분류되고 나면 제품 하나만 허가받고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품에 대한 허가·인증·신고와 이를 만드는 사업자에 대한 제조업 허가가 따로 있고, 두 절차가 각각 일정을 먹습니다.
허가로 넘어가면 등급에 따라 창구와 기간이 달라집니다
시행규칙은 1등급 제품군을 제조신고, 2등급 제품군을 제조인증 대상으로 두고 둘 다 인증업무등 대행기관에 접수하게 합니다. 실무 창구는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입니다. 3등급과 4등급은 제품별 제조허가로 식약처장에게 신청합니다.
허가신청서 서식에 적힌 처리기간은 세 갈래입니다. 임상시험 등 평가자료, 변경관리 계획서, 전문가용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 자료를 검토하는 경우 80일, 그 밖의 심사 대상은 65일, 심사가 필요 없는 경우는 10일입니다.
이 숫자는 접수 이후의 법정 처리기간입니다. 자료를 만드는 기간, 보완 요청에 답하는 기간,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기간은 전부 바깥에 있습니다. 2등급 이상을 전제한다면 일정은 연 단위로 잡으세요.
제조업 허가와 GMP가 일정의 진짜 변수입니다
제품 허가와 별개로 제조업 허가가 필요합니다. 제조소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식약청장에게 신청하고, 신청서 서식의 처리기간은 25일입니다. 서류 기간만 보면 짧습니다.
부담은 품질관리 기준에 있습니다. 신규 업체는 GMP 적합판정서를 받아야 하고 심사는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에 신청합니다. 최초 심사는 최소 1개 제조단위 이상의 품질관리 실적을 요구하고, 현장조사 희망일은 조사일로부터 20일 이전까지 확정해 신청해야 합니다. 적합판정 뒤에도 정기심사가 있고, 유효기간 만료 3개월 전까지 신청해야 합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시행규칙은 의료법에 따라 면허를 받은 의료인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독립형 디지털의료기기소프트웨어를 제조업 허가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다만 일반 소비자용 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기능 하나를 빼면 대상에서 벗어나는 자리가 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아래 항목에 걸리는 기능만 덜어내면 같은 앱이 공산품으로 남습니다. 반대로 하나라도 남기면 위에 적은 허가 일정을 통째로 떠안습니다.
- 특정 질병명을 붙여 유무나 가능성을 알려 주는 기능
- 측정값을 정상·비정상 또는 위험 단계로 가르는 기능
- 약 복용량이나 복용 여부를 바꾸라고 권하는 기능
- 진단·치료 결정을 돕기 위해 의료진에게 판독 결과를 내보내는 기능
- 센서로 혈압·혈당 같은 임상 수치를 직접 산출하는 기능
예를 들어 혈압 기록 앱에서 “고혈압 의심” 배지를 빼고 기록과 식단 추천만 남기면 지침서가 든 만성질환자 자가관리용 사례에 맞습니다. 위험도 예측 모델은 1차 버전에서 빼고, 허가가 필요한 별도 제품으로 분리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이 기준만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단기준은 공무원 지침서입니다. 법령 자체가 아니고, 개별 제품의 최종 판단은 식약처 질의로 확정해야 합니다. 경계에 걸친 제품이라면 기획을 확정하기 전에 질의를 넣는 것이 개발을 다시 하는 것보다 쌉니다.
광고와 표시 문구도 사용목적을 바꿉니다. 기능은 기록뿐인데 앱 스토어 설명에 질병 관리나 진단을 적어 두면 사용목적이 의료용으로 읽힙니다. 2015년 시행 당시 식약처는 웰니스 제품에 “본 제품은 의료기기가 아니므로 질병의 유무를 판단할 수 없으며,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검진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를 기재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위해도 문항 5개의 정확한 문구는 지침서 흐름도에 그림으로 들어 있어 이 글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원문은 식약처 판단기준 지침서에서 직접 내려받으세요. 비슷한 판단이 필요한 사례는 실무 가이드와 개발 노트에 모아 두었고, 기획 단계 검토는 Codeforest로 문의하세요.
결론: 질병이라는 단어에 닿는 기능부터 세어 보세요
허가 대상인지 아닌지는 데이터 종류나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사용목적으로 갈립니다. 기록하고 권하는 데서 멈추면 공산품이고, 질병의 유무·위험도·치료 판단에 개입하면 디지털의료기기입니다.
그 선을 넘기면 제품 허가 65~80일, 제조업 허가 25일, 거기에 GMP 적합판정과 정기심사가 더해집니다. 1차 버전에서 그 기능을 뺄 수 있다면 빼세요. 뺄 수 없다면 처음부터 허가 일정을 전제로 로드맵을 짜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