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개편 견적서를 받아 보면 아래쪽에 "웹 접근성 준수"라는 한 줄이 붙어 있습니다. 금액은 적혀 있는데 무엇을 얼마나 한다는 것인지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빼도 되는 항목이냐고 묻는 분이 많습니다.

빼도 되는지는 회사 형태에 따라 갈립니다. 그리고 같은 항목이라도 개발 착수 전에 넣었는지, 오픈한 뒤에 넣었는지에 따라 비용이 몇 배로 벌어집니다. 기준부터 정리하겠습니다.

50인 기준을 찾고 계시다면 다른 표를 보고 계십니다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이면 대상"이라는 설명이 인터넷에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서 웹사이트 조항에 붙어 있는 숫자는 50이 아닙니다. 근로자 수로 대상을 가르는 표가 웹사이트에는 쓰이지 않습니다.

시행령 별표 3은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주체를 유형별로 나눕니다. 공공기관은 2009년 4월 11일부터, 법인은 2013년 4월 11일부터입니다. 여기에는 규모 조건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상시 근로자 수가 등장하는 곳은 '사용자' 지위에 관한 별표입니다. 직원 모집·채용이나 임금·복리후생 정보를 제공할 때 적용되는 기준이고, 회사 홈페이지 전체를 가르는 기준이 아닙니다.

법인 홈페이지는 규모와 무관하게 2013년부터 대상입니다

법제처 법령해석은 이 구분을 분명히 합니다. 경영공시나 제품 판매를 위한 웹사이트는 '법인'으로서 지는 의무이고, 채용 정보 페이지는 '사용자'로서 지는 의무입니다. 근거가 되는 별표가 아예 다릅니다.

주식회사나 유한회사 형태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면, 직원이 다섯 명이든 오백 명이든 이미 13년째 대상입니다. 최근에 확대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넓었습니다.

법인이라면 '대상인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남은 질문은 '어느 수준까지, 언제 하느냐'입니다.

제21조가 요구하는 것은 인증서가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제21조는 장애인이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수어, 문자 같은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라고 정합니다. 몇 점을 받으라거나 어떤 인증서를 받아 오라는 조문이 아닙니다.

그래서 판정은 스크린리더 사용자가 회원가입을 끝까지 마쳤는지 같은 결과로 이뤄집니다.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KWCAG) 2.2는 그 판정을 다투기 위한 공통 언어이고, 국가표준 KS X OT0003으로 2022년 12월 28일 개정되며 검사항목이 24개에서 33개로 늘었습니다.

지금 넣으면 사실상 공짜인 항목은 이것들입니다

33개를 똑같이 취급하면 견적이 부풀거나 비게 됩니다. 실제로는 마크업과 색만 손보면 되는 항목과, 화면 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항목으로 갈립니다.

5.1.1 적절한 대체 텍스트 제공은 관리자 화면에 이미지 설명 입력 칸을 하나 만들어 두면 끝납니다. 이 칸이 없으면 나중에 쌓인 이미지 수천 장을 사람이 하나씩 열어 보며 설명을 답니다.

5.4.3 텍스트 콘텐츠의 명도 대비는 글자와 배경의 대비를 4.5 대 1 이상으로 요구합니다. 디자인 시안 단계에서 색을 고르면 추가 비용이 0원이고, 오픈 뒤에는 브랜드 색과 화면 전체를 다시 맞춰야 합니다.

나중에 고치면 화면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항목은 따로 있습니다

6.1.1 키보드 사용 보장이 대표입니다. 모든 기능을 키보드만으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드롭다운이나 모달을 태그로 흉내만 낸 화면은 이 조건을 맞추지 못합니다. 결국 컴포넌트를 다시 만듭니다.

8.2.1 웹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준수는 UI 라이브러리를 고르는 순간 결정됩니다. 접근성을 지원하지 않는 라이브러리를 쓰면 그것으로 만든 모든 화면이 한꺼번에 문제가 됩니다.

7.3.3 접근 가능한 인증과 5.2.1 자막 제공도 미루면 비쌉니다. 앞은 로그인 흐름과 외부 서비스 교체가 걸리고, 뒤는 이미 올려 둔 영상 편수만큼 자막 외주비가 그대로 붙습니다.

이 네 항목을 개발 단계에서 빼면, 나중에 접근성 개선이 아니라 재구축으로 다시 발주하게 됩니다.

견적서에는 이 여섯 줄을 추가로 넣으세요

통짜로 "웹 접근성 준수"라고만 적힌 견적은 검수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래처럼 쪼개서 요구하면 업체가 무엇을 하지 않고 있는지 바로 드러납니다.

  • 적용 범위 확정: 33개 검사항목 중 어떤 화면에 어디까지 적용할지 문서로 남깁니다
  • 디자인 시안 명도 대비 검수: 퍼블리싱 착수 전에 색을 확정합니다
  • 접근성을 지원하는 UI 컴포넌트 선정: 라이브러리를 고른 근거를 받아 둡니다
  • 키보드·스크린리더 수동 점검: 자동 검사 도구로는 판정되지 않는 항목이 많습니다
  • 관리자 화면의 대체 텍스트·자막 입력 기능 개발
  • 운영 담당자 가이드와 인수인계 교육

마지막 두 줄을 빼면 오픈 시점에는 통과하고 반년 뒤에 무너집니다. 접근성은 한 번 만들어 두는 상태가 아니라 콘텐츠를 올리면서 유지하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과태료까지 가는 길은 네 단계입니다

법무부가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단속하지는 않습니다. 시작은 이용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내는 진정입니다. 위원회가 조사한 뒤 권고를 내립니다.

권고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고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인정되면, 법무부장관이 제43조에 따라 시정명령을 합니다. 명령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행정소송을 내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됩니다.

확정된 시정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제50조에 따라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부과와 징수는 법무부장관이 합니다. 악의적인 차별로 인정되면 제49조의 형사처벌이 별도로 따라옵니다.

인증마크가 의무가 아닌 이유는 근거 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 하단에서 보는 접근성 마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아니라 지능정보화 기본법 계열의 정보통신접근성 품질인증입니다. 의무를 만드는 법과 인증을 만드는 법이 처음부터 별개입니다.

시행규칙은 품질인증을 받으려는 자가 신청서를 인증기관의 장에게 제출한다고 정합니다. 받고 싶은 곳이 신청하는 제도이지, 사업자에게 취득을 강제하는 조항이 아닙니다. 마크가 없어도 접근성을 지켰으면 위법이 아니고, 마크가 있어도 개편 뒤 화면이 깨졌으면 차별 판단을 피하지 못합니다.

인증마크가 맞지 않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유효기간이 1년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의 인증서도 2025년 9월 15일부터 2026년 9월 14일까지로, 매년 갱신하고 있습니다. 심사 비용과 보수 공수가 해마다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심사는 서면심사와 전문가심사, 사용자심사로 나뉘고 표본 화면을 보는 방식입니다. 배포가 잦은 서비스라면 갱신 주기와 어긋나기 쉽습니다. 발주처가 계약 조건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같은 예산을 수동 점검과 운영 가이드에 쓰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비슷한 결정에 참고할 글은 실무 가이드에 모아 두었습니다. 검사항목 33개 원문은 KWCAG 2.2 문서에서 확인하시고, 받아 둔 견적서를 항목별로 검토하고 싶으시면 Codeforest로 문의하세요.

결론: 대상 여부가 아니라 순서를 정하세요

법인이면 이미 대상입니다. 2013년 4월 11일부터 적용되고 있고, 근로자 수를 근거로 빠져나갈 여지는 없습니다. 남은 결정은 33개 검사항목 중 무엇을 개발 단계에 넣느냐입니다.

대체 텍스트와 명도 대비, 레이블처럼 지금 넣으면 공짜인 항목은 계약서에 명시하시고, 키보드 조작과 컴포넌트 선택처럼 나중에 못 고치는 항목은 착수 전에 확인하세요. 인증마크는 그다음 문제이고, 필요할 때 사는 옵션입니다.